[여의도풍향계] '최장 지각' 예산 처리, 해 넘긴 일몰 법안
[앵커]
올해 나라 살림 규모는 638조원대로 확정됐습니다.
지난달, 새해를 약 일주일 남기고 윤석열 정부 첫 예산안이 진통 끝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는데요.
이번에도 '늑장 예산', '밀실 예산' 지적은 피하지 못했습니다.
'여의도 풍향계'에서 최지숙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기자]
두 차례의 선거와 국정감사 그리고 예산정국까지, 숨가쁘게 달려온 정치권의 시계도 어느덧 새해를 맞았습니다.
소기의 성과도 있었지만, 그 과정에서 보여준 모습들은 어딘가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기기도 했는데요.
그 중 하나는 올해 예산안 처리입니다.
성탄절을 앞둔 지난달 24일 새벽, 638조 7천억 원 규모의 새해 예산안이 국회 문턱을 넘었습니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첫 예산으로, 정부안보다 3천억 원 가량이 순감했습니다.
당초 법정 처리 시한은 지난달 2일.
하지만 법정 시한을 넘긴 것은 물론, 2014년 국회 선진화법 도입 이후 처음 정기국회 회기조차 넘기면서, '최장 지각'이라는 오명을 남겼습니다.
그나마 헌정사 초유의 '준예산 사태'는 간신히 면했습니다.
앞서 연말 예산 정국은 장기간 공전을 거듭했습니다.
막판 쟁점이 됐던 것은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와 행정안전부 경찰국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예산 등이었는데요.
법인세는 과세표준 구간별로 각 1%p씩 세율을 인하하기로 했고, 경찰국과 인사정보관리단은 정부안에서 50% 삭감된 예산이 확정됐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표' 예산인 지역사랑상품권 발행 예산 3,500여억 원과 공공임대주택 예산 등을 확보했습니다.
합의 성사를 위해 급하게 절충점을 찾는 과정에서, 이번에도 어김없이 '밀실 예산', '짬짜미 예산' 비판이 제기됐습니다.
막판 예산 협상은 여야 원내지도부와 예결위 간사만 참여하는 '2+2' 또는 '3+3' 협의체를 통해 이뤄졌는데요.
이 같은 이른바 '소소위' 회의는 공개가 안 되는 데다 속기록도 남지 않습니다.
최종 담판 역시 여야 원내대표 간 비공개로 진행됐는데, 이렇다 보니 국민의 혈세가 적절하게 쓰이는지 그 타당성을 면밀히 따져볼 수가 없습니다.
이런 와중 여야 '실세' 의원들은 지역구 예산을 챙겼습니다. 이른바 '쪽지 예산'입니다.
지역사업 끼워 넣기나 증액 요구로 국비를 확보한 것인데요.
꼭 필요한 일인지 의문을 남기는 사업도 상당수여서 민생 해결보다 실속 챙기기에 급급했던 것 아니냐는 따가운 시선을 받았습니다.
여야는 당초, 해가 바뀌면 효력이 사라지는 일몰 법안들을 지난달 28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했지만, 이 약속도 온전히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여야가 가장 큰 이견을 빚었던 사안은 화물차 안전운임제와 30인 미만 사업장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안전운임제 3년 연장을 위해 일몰법 일괄 처리를 제안했지만, 정부·여당은 안전운임제의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며 선을 그었습니다.
결국 지난달 28일 본회의에 해당 법안들은 상정되지 못했고, 네탓 공방만 이어졌습니다.
예산안과 달리, 일몰 법안들은 그나마도 협상 노력조차 적극적으로 전개되지 않은 채 결국 해를 넘겼습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올해는 정치권의 대립이 더 격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지만, 그래도 국민이 기댈 곳은 대의기관인 국회입니다.
계묘년을 맞아 한가지 떠올려 볼 만한 사자성어가 있습니다.
'토끼는 위기에 대비해 미리 세 개의 굴을 파 놓는다'는 뜻의 '토영삼굴(兎營三窟)'입니다.
민생 위기로 많은 국민이 혹독한 겨울을 보내고 있는 지금, 정치권이 갈등을 멈추고 돌파구 마련에 머리를 맞대야 할 때입니다.
지금까지 여의도 풍향계였습니다.
PD 김선호
AD 김다운
송고 최지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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